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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깅에서 조과가 끊기면
같은 자리에서 에기 색만 바꾸며 버티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무늬오징어가 이미 숨어 버린 자리라면
에기를 아무리 바꿔도 반응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래에는 버틸 날과 옮길 날을 가르는
현장 신호를 하나씩 정리했습니다.
신호 하나로 모든 게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몇 가지가 겹치면
자리를 크게 옮기는 쪽이 대부분 낫습니다.
반대로 생각보다 덜 신경 써도 되는 신호도 함께 짚어 둡니다.
이 글은 무늬오징어 에깅에서 자리 이동과 철수를 판단하는 현장 신호에 집중합니다.
무늬오징어는 겁이 아주 많은 대상입니다.
자기가 이길 수 있는 상대에게는 끝까지 덤비지만,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에기를 안지 않거나 먹물을 뿜고 사라집니다.
무리 가운데 한 마리가 놀라 달아나면
나머지도 따라서 빠져 버리는 일이 흔합니다.
먼바다 조경에서 방어·부시리류가
수면을 깨며 먹이를 쫓기 시작하면
옆에 있던 낚시인들 표정이 굳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오징어가 바닥에 바짝 붙어 해조 사이나
바위 틈 깊숙이 몸을 숨기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이 회유어에 쫓긴 베이트피쉬가
연안으로 몰려들면
오징어 활성이 잠깐 확 오르기도 합니다.
발밑에 멸치류가 떠밀려 올라온 날은
오히려 노려 볼 만한 때입니다.
천적 가운데 가장 영향이 큰 건
돌고래와 상괭이입니다.
오징어를 먹이로 즐겨 먹고 덩치도 커서,
근처에 나타나는 것만으로 존재감이 엄청납니다.
발 앞 손이 닿을 듯한 거리까지
돌고래가 들어오는 일도 있습니다.
라인에 걸릴까 걱정될 정도로 가까워지면
그때부터는 누구도 오징어를 못 올립니다.
게다가 돌고래는 먹이를 따라 움직이다 보니
금방 자리를 뜨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영향이 회유어보다 훨씬 오래갑니다.
유난히 반응이 없는 날,
앞바다에서 숨 쉬는 소리가 들린다면
미련 없이 다른 자리로 옮겨 보세요.
먹물 자국은 쉽게 말해
무늬오징어가 그 자리에서 실제로 올라왔다는 흔적입니다.
다만 자리에 따라 얼마나 믿을지는 달라집니다.
늘 서너 명은 서 있는 이름난 포인트라면
오징어가 자주 나오는 동안은 자국이 거의 빠짐없이 남습니다.
그런 자리에 갓 마르지 않은 자국이 하나도 없고,
예전 자국마저 점점 옅어지고 있다면
무리가 덜 들어오고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반대로 사람이 잘 안 가는 자리에
새 자국이 한두 개 있다면
오징어는 있지만 먼저 누가 다녀가
학습이 된 상태일 수 있습니다.
비가 한 번 오면 자국이 확 옅어지고,
손질을 깔끔하게 해서 자국을 안 남기는 사람도 있으니
이 점은 감안해서 보셔야 합니다.
먹물을 뿌렸다면 양동이 물로 씻어 두는 게 예의입니다.
계속 저킹을 해도 반응이 없어
발 앞까지 감아 올린 에기를 만져 보면
깜짝 놀랄 만큼 차가울 때가 있습니다.
이런 날 잠수하는 사람들 말을 들어 보면
지난주보다 수온이 2도쯤 뚝 떨어졌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늬오징어는 수온이 16도 이상일 때
먹이 활동이 안정된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13~14도라도 그 수온이 며칠째 그대로라면
나름대로 반응은 이어집니다.
문제는 18도에서 16.8도처럼
하루 사이에 1도 넘게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수온이 높더라도 이렇게 갑자기 식으면
반응이 눈에 띄게 둔해집니다.
에기는 물에서 꺼내자마자 바로 만져야 합니다.
조금만 지나도 손 온도에 묻혀서 차이를 알 수 없습니다.
너울은 바람에 이는 잔물결이 아니라
해수면 전체가 일정한 간격으로 크게 오르내리는 물결을 말합니다.
잔파도는 어떻게든 맞춰 볼 수 있지만,
너울은 사람이 손쓸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섭니다.
너울이 조금만 세져도
물속 에기 자세가 아무리 애써도 잡히지 않습니다.
라인을 계속 당긴 채로 두면
줄이 팽팽해졌다 늘어졌다 하면서 에기가 흔들립니다.
그래서 물결이 있을 때는
프리폴에 가깝게 떨어뜨리는 게 그나마 낫습니다.
그래도 입질 잡기는 확실히 어려워집니다.
무엇보다 갯바위 너울은 위험합니다.
쉬는 날이 귀해서 나온 김에 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지만,
목숨과 바꿀 일은 아닙니다.
갯바위밖에 설 자리가 없는데 너울이 보인다면
그날은 짐을 싸는 게 맞습니다.
산란철 해조밭에서는
2kg은 돼 보이는 큰 무늬오징어가
천천히 떠다니는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에기를 던져 바로 옆을 지나가게 해도
쳐다보지도 않고, 도망가지도 않습니다.
보통이라면 놀라서 달아나는 게 정상인데 말입니다.
이럴 때는 대부분 산란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연안 에깅이 잘 되는 건
산란 전에 힘을 비축하려고 먹이를 열심히 쫓기 때문인데,
산란에 들어가면 먹이는 뒷전이 됩니다.
무리가 구조물 아래를 들락날락한다면
그 자리는 노리기 어려운 상태로 보면 됩니다.
가끔 이런 오징어를 바늘로 걸어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다음 해 시즌을 생각하면 그냥 두는 편이 좋습니다.
산란이 끝나고 다음 무리로 넘어갈 무렵
가볍게 다시 노려 보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고수온기에 물이 고인 곳에
주황빛 얼룩이 번지는 게 적조입니다.
크게 번지면 분명 나쁜 상황이지만,
작은 얼룩 정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적조 옆에서도 연달아 올라오는 날이 있습니다.
조류가 전혀 안 가는 날도 비슷합니다.
조류가 갑자기 한꺼번에 움직이기 시작할 때가 있고,
멈춘 날은 멈춘 대로 노릴 자리가 있습니다.
항 안쪽에 던지거나
갯바위 안쪽으로 파인 만을 노려 보세요.
예전에 잘 나왔던 자리를 걸어서 돌아보거나
넓게 던지며 다니다 보면
뜻밖에 큰 오징어가 나오기도 합니다.
너울이 들어온 날은 짐을 쌉니다.
조류가 멈춘 날은 자리를 바꿉니다.
신호를 하나 찾았다면
그걸 핑계로 접기보다 다음 자리를 정하는 데 써 보세요.
바람이 거센 날에는 바람 그늘이 되는 자리부터 찾고,
돌고래가 붙은 앞바다라면
그 물길에서 벗어난 다른 포인트로 크게 옮기는 게 좋습니다.
조류가 멈춘 날에는 항 안쪽과 만 안쪽처럼
바깥 물에 덜 휘둘리는 자리를 차례로 돌아보면 됩니다.
반대로 바깥 갯바위에 너울이 걸려 있다면
안쪽 자리가 있는지부터 보고,
그런 자리가 없으면 그날은 접는 것이 다음 출조를 지키는 길입니다.
신호를 읽고도 끝까지 던져 보는 것 역시
충분히 해 볼 만한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