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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 채비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판단은
잘 팔리는 시판 채비가 곧 잘 먹히는 채비라고 믿는 겁니다.
그러면 포인트 물색이나 자리가 바뀌어도
같은 채비만 내리다가 옆 사람과 조과가 벌어집니다.
그래서 시판 채비가 어떤 사정으로 만들어지는지부터
기준을 세워 두면 고르는 눈이 달라집니다.
만드는 쪽의 사정을 알면
어디까지는 시판품으로 충분하고
어디부터는 직접 손봐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이 글은 시판 선상 채비의 특징과
포인트에 맞춰 채비를 바꾸는 판단을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시판 채비는 개발비를 크게 들이기 어려운 상품입니다.
낚시인이 마음만 먹으면 직접 만들 수 있다 보니
값을 올리기 어렵습니다.
배를 타고 현장에서 거듭 시험하려면
승선료도 만만치 않게 듭니다.
그래서 개발은 보통 판매점에서 오는
판매 결과를 보고 다듬는 식으로 흘러갑니다.
기본 채비는 몇 년씩 크게 바뀌지 않으니
팔림새가 나쁘면 새로 손보는 일을 되풀이합니다.
다른 회사 제품과 좋은 점, 나쁜 점을 비교해
사양을 정하는 방식도 흔합니다.
현장 확인은 개발자가 쉬는 날 직접 타 보거나
로드·릴 시험 때 함께 봐 달라고 맡기는 정도입니다.
계열 판매점이 있으면 남의 회사 판매량까지 보이니
잘 팔리는 사양에 작은 아이디어 하나를 얹어 내놓습니다.
잘 팔린다는 것은 고기가 잡힌다는 뜻이긴 합니다.
다만 그 자료에는 채비를 직접 만들어 쓰는 사람의 결과가 빠져 있습니다.
시판 채비는 쉽게 말해 고기보다 사는 사람을 먼저 보고 만든 채비입니다.
그러니 판매량을 늘리려면 여러 포인트에서 두루 쓰이는
범용 채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판 윌리 채비를 펼쳐 보면
바늘마다 윌리 색이 다른 제품이 대부분입니다.
한 가지 색으로만 묶은 채비는 거의 없습니다.
사는 쪽에서 어느 색이 맞는지 확신이 없으니
여러 색이 섞인 쪽을 고르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보면 자리마다 먹히는 색이 따로 있습니다.
밑밥 색에 가까운 분홍이나 갈색이 잘 듣는 날이 있습니다.
외해 섬 주변처럼 물빛이 파란 포인트에서는
바다색과 닮은 파란 계열이 잘 나옵니다.
벤자리는 흰색 계열이 좋다는 말도 있습니다.
문제는 고기가 미끼를 발견한 순간에 따라
어느 바늘을 물지가 정해진다는 점입니다.
아래 바늘에만, 위 바늘에만 걸리는 식은 아닙니다.
그러니 알맞은 자리에 알맞은 색 바늘이 없으면
그만큼 걸릴 확률이 떨어집니다.
섞인 색은 두루 맞습니다.
한 자리에 딱 맞지는 않습니다.
쏨뱅이류나 참돔처럼 자리 차이가 큰 어종은
포인트에 따라 채비와 낚시 방법을 함께 바꾸는 게 좋습니다.
시판품으로는 이런 맞춤이 어렵습니다.
채비가 노리는 바와 낚시 방법이 따로 놀면
채비가 가진 힘을 다 쓰지 못합니다.
생미끼 채비처럼 구조가 단순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바늘 크기와 목줄 굵기를 달리한 제품을
필요한 만큼 모두 갖춰 파는 방식도 씁니다.
만드는 법이 같아 개발비가 적게 들기 때문입니다.
대개의 채비에는 2~3종의 변형이 있습니다.
변형이 줄지 않는 것은 여러 종류를 함께 사 가는 사람이 있어서입니다.
이렇게 되면 어느 것이 그 자리에 가장 맞는지는
사는 쪽이 직접 써 보고 가려내야 합니다.
그렇게 보면 시판 채비라서 최소한 안 잡히지는 않는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처음 가는 포인트라면 변형을 2~3종 챙겨 가서
반응이 오는 쪽을 기록해 두세요.
입질을 받는 것만 놓고 보면
목줄은 가늘수록, 바늘은 가벼울수록 유리합니다.
채비 자체가 고기에게 이상함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몇 마리 잡을 때마다 바꿔야 하는 채비일 때입니다.
사는 쪽에서 불만이 나오고, 그 상품은 사라지기 쉽습니다.
만드는 쪽이 이런 채비를 내놓지 않으려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시판 채비는 바늘이 크고 목줄이 굵은 쪽으로 기웁니다.
튼튼한 대신 고기에게 주는 영향은 그만큼 커집니다.
직접 만드는 쪽은 사정이 다릅니다.
목줄은 필요 이상으로 가늘게 하지 않되,
바늘은 소모품이라는 전제로 채비를 짭니다.
바늘 부분만 따로 떼어 바꿀 수 있게 만들고
여벌 바늘 부분을 꼭 챙겨 갑니다.
바늘은 튼튼함보다 가벼움과 품 폭을 먼저 봅니다.
큰 고기에 바늘이 휘면 그 부분만 갈아 끼우면 됩니다.
예전에 목줄을 8자 모양으로 감아
감김 버릇이 남지 않게 만든 참돔 채비가 있었습니다.
줄을 스풀 하나에 감으면
안쪽 면은 눌리고 바깥쪽 면은 늘어납니다.
이 상태로 굳으면 용수철 같은 버릇이 남습니다.
스풀 두 개에 8자로 감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전선을 감아 본 분들은 익숙한 방식입니다.
오른쪽 스풀에서 바깥이던 면이 왼쪽 스풀에서는 안쪽이 됩니다.
오른쪽에서 안쪽이던 면은 왼쪽에서 바깥이 됩니다.
눌림과 늘어남이 좌우에서 서로 지워지는 셈입니다.
스풀 한쪽 구간에서는 조금 굽지만
전체로 보면 버릇이 남지 않습니다.
포장에 감김 버릇이 없다고 적혀 있었는데도
이 채비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사는 쪽이 그 효과를 알아보지 못한 탓이 큽니다.
반대로 실제 효과가 없어도 잘 팔리면
그 채비는 계속 나옵니다.
시판 채비를 고를 때 포장 문구보다
구조를 한 번 더 들여다보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직접 만들면 먼저 비용이 줄어듭니다.
도래 같은 부품은 여러 번 다시 쓸 수 있어서
만드는 쪽이 쌉니다.
그리고 포인트와 상황에 맞춘 채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물빛이 파란 자리에는 파란 계열로 색을 모으고,
밑밥이 잘 듣는 날에는 밑밥 색에 맞추는 식입니다.
다만 가장 맞는 답은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몇 번 다녀 보면 자리마다 걸리는 바늘 색이
조금씩 정리되어 갑니다.
또 과감한 채비를 쓸 수 있습니다.
가는 목줄, 가벼운 바늘처럼 입질 쪽으로 기운 채비입니다.
튼튼함이 떨어지니 바꿔 끼우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마지막으로 쓰기 편한 장치를 더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본 8자 감기 참돔 채비가 그런 예입니다.
채비를 손보지 않는다면 남는 장점은 비용뿐이라
시판 채비로도 충분합니다.
채비를 직접 만드는 낚시인은 대개
시판 채비를 고치고 싶어서 시작합니다.
조과를 먼저 본다면 직접 만드는 쪽을 권합니다.
남해 외해 섬 주변처럼 물빛이 파란 곳이 있습니다.
밑밥 색이 잘 듣는 자리도 있습니다.
두 곳에서 같은 채비로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처음 가는 자리에서는 시판 채비로 반응을 보고,
걸린 바늘의 색과 위치를 적어 두세요.
두 번째 출조부터는 그 기록을 바탕으로
색을 줄이고 바늘을 가볍게 한 채비를 만들어 봅니다.
바늘 부분만 바꿀 수 있게 짜 두면
큰 고기에 휘어도 금방 되돌릴 수 있습니다.
자리가 바뀔 때마다 채비와 낚시 방법을
한 세트로 같이 바꾸는 것이 조과를 지키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