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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에깅 로드를 고를 때는
단단할수록 멀리 날아갈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3호 에기를 MH 로드에 달면
블랭크가 제대로 휘지 않아
의외로 던지기가 불편해지고 로드도 무겁습니다.
에깅 로드 파워는 강하다고 좋은 게 아니라
쓸 에기 호수와 노릴 자리에 맞아야 제 몫을 합니다.
가을 방파제와 봄 갯바위는
쓰는 에기 호수부터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판단을 자리별로 나눠 잡아 두었습니다.
이 글은 에기 호수와 탐색 거리에 따른
ML·M 로드 파워 고르기를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에깅 로드 이름 뒤에는
길이와 파워가 함께 붙어 있습니다.
86M이라고 적혀 있으면
8.6피트(약 2.6m)에 M 파워라는 뜻입니다.
89MH는 약 2.7m 길이에 MH 파워입니다.
로드 파워는 쉽게 말해
로드가 얼마나 단단하게 버티는지를
알파벳으로 나눠 적은 표기입니다.
루어 로드에서는 UL, L, ML, M, MH, H, XH 순으로
뒤로 갈수록 단단해집니다.
파워가 한 단계 올라가면
더 무거운 에기를 실어 던질 수 있습니다.
에깅 로드는 이 가운데
대체로 L부터 MH까지 나옵니다.
방파제와 갯바위 무늬오징어를 노린다면
첫 로드는 ML이나 M 안에서 고르면 됩니다.
매장에서는 길이보다
이 알파벳부터 확인해 보세요.
가을 방파제처럼 3호 안팎 에기로
가까운 자리를 촘촘히 훑을 때는 ML이 잘 맞습니다.
ML은 M보다 조금 가볍고 부드러워서
작은 에기를 다루기 편하게 짜여 있습니다.
여기서 부드러운 팁이 힘을 씁니다.
무늬오징어가 에기를 안으면
팁이 먼저 따라 휘어 주니까
걸어 올리는 동작이 한결 수월합니다.
마릿수를 노리는 날에는
작은 입질을 읽고 다시 던지는 손놀림도 빨라집니다.
2.5호부터 3.5호까지 쓰는 낚시라면
ML 로드 한 대로 대부분 해결됩니다.
남해권 방파제에서 가을 시즌에
가까운 자리부터 훑을 생각이라면
ML부터 손에 쥐어 보세요.
봄에 3.5호 에기를 주력으로 쓴다면
M 로드가 확실히 유리합니다.
블랭크가 조금 단단하고 반발력이 있어서
같은 에기를 던져도 비거리가 크게 늘어납니다.
갯바위 끝에서 넓은 범위를
멀리 던져 살펴야 하는 자리라면
이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저킹도 마찬가지입니다.
적당히 빳빳한 블랭크는
손목 힘이 중간에 새지 않고 에기까지 실려서
에기 움직임이 또렷해집니다.
문제는 봄에 붙는 씨알입니다.
이 시기에는 3~4kg이 넘는 큰 무늬오징어도 붙어서,
킬로급을 걸었을 때 빨리 끌어오려면
파워가 한 단계 높은 쪽이 낫습니다.
3.5호에서 4.5호까지 주로 쓰고
먼 곳을 노리는 갯바위라면 M 쪽으로 기울이세요.
3호 에기를 MH 로드에 달아
갯바위에서 힘껏 휘둘러 보면
로드가 생각만큼 휘지 않습니다.
에기 무게를 블랭크에 실어 휘게 한 뒤
튕겨 보내야 하는데,
무거운 딥 타입 에기가 아니면 그게 잘 안 됩니다.
막상 던져 보면 의외로 불편하다는 걸 금방 느낍니다.
무게도 따져 봐야 합니다.
파워가 올라가면 블랭크에 들어가는 소재가 늘어나서
로드 자체가 무거워집니다.
하루 종일 저킹을 반복하는 낚시라 손목에 그대로 옵니다.
반대로 L 파워는
1.5~2.5호 에기로 작은 오징어류를 노리는
가벼운 에깅에 맞춰진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로드에 3.5호를 달면 다루기가 버겁습니다.
L은 작은 에기에서 제 힘을 냅니다.
MH는 무거운 에기에서 제 힘을 냅니다.
ML과 M은 시즌이 정해진 로드가 아닙니다.
가을 새끼 무늬오징어 시즌이라도
넓은 곳을 멀리 훑으며
3.5호로 강하게 어필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이때는 M 파워에 8.6~8.9피트처럼
조금 긴 로드로 세게 탐색해도 됩니다.
봄이라도 입질이 시원찮은 날이 옵니다.
에기를 3.5호에서 3호로 내리고
조금 더 섬세하게 꾀어 보려면
ML 쪽이 손에 잘 맞습니다.
실제로 해 보면 MH 로드로도
가을 새끼 무늬오징어를 얼마든지 잡아냅니다.
파워 하나로 조과가 막히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남해와 제주 갯바위처럼
자리마다 노리는 거리가 달라지는 곳일수록
ML과 M의 이런 여유가 쓸모 있습니다.
로드 블랭크는 보통 카본 시트를 감아 만들어서
속이 비어 있습니다.
낚시인들이 튜블라라고 부르는 게 이 구조입니다.
솔리드 팁은 이와 달리
끝부분 가이드 몇 개 길이만
속이 꽉 찬 소재로 만든 팁을 말합니다.
요즘은 이런 에깅 로드도 꽤 많이 나옵니다.
솔리드 팁을 쓰면 감도가 확 올라갑니다.
라인의 작은 변화까지 팁이 잡아 주고,
무늬오징어를 걸 때도 잘 올라탑니다.
다만 섬세한 만큼 튜블라보다 잘 부러집니다.
팁이 부러지는 게 가장 걱정이라면
튜블라 로드를 골라도 감도에서 크게 밀리지 않습니다.
에메랄다스(Emeraldas) 최상위 모델처럼
티타늄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든 금속 팁도 있는데,
이 급은 감도를 끝까지 끌어올린 고가 장비로 분류됩니다.
첫 로드라면 너무 비싸지 않은 솔리드 팁 모델을
한 번 눈여겨봐 두세요.
방파제에서 가까운 자리를 3호 에기로 훑는다면
ML 한 대로 시작해도 아쉬움이 적습니다.
반대로 남해·제주 갯바위처럼
멀리 던져 넓게 살펴야 하는 자리가 많다면
M 쪽이 훨씬 편합니다.
자리를 옮겨 다니는 낚시라면
주로 설 자리부터 떠올려 보세요.
발밑 가까이를 노리는 곳인지,
먼 곳까지 탐색해야 하는 곳인지가 갈리면
들고 갈 로드도 자연스럽게 갈립니다.
로드를 살 때마다 ML과 M, MH 사이에서 고민하는 건
오래 다닌 낚시인도 다르지 않습니다.
가볍게 노릴지, 힘 있게 노릴지를 먼저 정해 두면
첫 로드는 생각보다 쉽게 손에 들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