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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무늬오징어 에깅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한 번 나왔던 자리에서 오래 버티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리가 이미 빠져나간 자리에
같은 에기만 던지다 하루가 다 갑니다.
조과가 안 나는 원인은 실력보다 자리와 코스 판단에 있고,
그 판단에는 분명한 기준이 있습니다.
500g 안팎 씨알이 곳곳에서 나오는 요즘도
입질 한 번 못 받고 돌아서는 날이 생깁니다.
한 시즌을 통째로 빈손으로 보내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 글은 남해·제주권 쇼어 에깅에서
자리를 옮기는 기준과 캐스팅 코스 나누는 법을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가을 무늬오징어는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는 시기라서
한 자리에 오래 서 있을수록 손해를 봅니다.
쇼어 에깅은 쉽게 말해
내 에기가 닿는 범위 안에
무늬오징어가 들어와 있느냐의 싸움입니다.
한 번 나왔던 자리라 미련이 남는 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몇 번 던져도 따라오는 녀석이 없다면
그 자리에 무늬오징어가 아예 없을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해 보면 바로 옆 자리로 옮겼을 뿐인데
한 마리가 쉽게 나오는 일이 흔합니다.
이럴 때 쓰는 방식이 런앤건입니다.
런앤건은 몇 번 던져 보고 반응이 없으면
바로 다음 자리로 옮기며 넓게 훑는 방식을 말합니다.
일주일, 이주일씩 한 자리에 매달릴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물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때,
들물과 날물이 바뀌는 앞뒤 시간은 예외입니다.
조류가 강한 남해권일수록
물때표를 먼저 보고 이동 순서를 짜 두는 게 편합니다.
던지고, 샤크리로 끌고 오고,
발 앞에서 따라오지 않으면 다시 정면으로 던집니다.
처음엔 다들 이 패턴을 하루 종일 반복합니다.
현장에서 보면 처음 한두 번은
무늬오징어가 빠르게 따라붙습니다.
그런데 같은 코스를 세 번, 네 번, 다섯 번 지나가면
따라오다 멈추고 더는 덤비지 않습니다.
무늬오징어는 꽤 먼 곳에서도 에기를 보고 있어서
같은 길로만 오는 에기에 금방 질립니다.
옆에 사람이 붙어 있지 않다면
한 자리에 서서도 각도를 나눠 던질 수 있습니다.
경계하는 기색이 보이면 그 코스는 잠시 쉬게 두세요.
몇 분 뒤에 다시 던지거나 좌우로 돌려 가며 던지면
코스마다 다른 무늬오징어에게 에기를 보여 줍니다.
정면만 던지면 앞바다 한 줄만 훑습니다.
부채꼴로 던지면 발 앞 바다 전체를 훑습니다.
가을엔 강한 액션이 잘 먹힌다는 말을 듣고
처음부터 끝까지 세게만 치는 분들이 많습니다.
봄과 비교하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문제는 무늬오징어가 에기를 안는 순서입니다.
샤크리로 에기를 튀겨 눈길을 끈 다음,
에기가 가라앉거나 멈춰 있는 짧은 틈에 안깁니다.
쉼 없이 세게만 치면 무늬오징어가 덤빌 틈이 없습니다.
가까이 왔던 녀석이 오히려 겁을 먹고 돌아서기도 합니다.
물론 활성이 아주 좋을 때는
샤크리 직후 에기 자세가 잡히는 순간에 안기기도 합니다.
그래도 기본은 보여 주는 동작과 안기게 하는 동작을
나눠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강한 샤크리는 스위치를 켜는 용도로 쓰고,
그 뒤에는 폴링이나 멈춤으로 안길 시간을 주세요.
그러면 입질을 알아채기도 한결 쉬워집니다.
에기를 발 앞까지 끌고 왔는데
그 뒤로 무늬오징어가 천천히 따라 들어와
에기 앞에서 멈춰 섭니다.
가을에는 이렇게 발밑까지 붙는 일이 꽤 많습니다.
사이트 에깅은 무늬오징어가 눈에 보이는 상태에서
반응을 보며 에기를 움직이는 낚시를 말합니다.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하는 낚시는 블라인드라고 부릅니다.
블라인드로 거는 쪽이 더 재미있다는 분도 많습니다.
다만 조과를 꾸준히 쌓으려면
발밑까지 온 좋은 씨알부터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요령은 단순합니다.
무늬오징어가 다가올 때는 에기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안을까 말까 망설이다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면
그때 로드를 짧게 두세 번 쳐 주세요.
다시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면 또 멈춥니다.
막상 해 보면 다가오는 중에 에기를 움직인 순간
무늬오징어가 바로 경계하며 돌아섭니다.
다가올 때 멈추고 물러날 때 움직이는 것,
이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무늬오징어는 1년 남짓 살면서 계속 크는 녀석입니다.
그래서 가을이 깊어질수록 씨알이 커지고,
몸집이 커질수록 경계심도 함께 강해집니다.
이렇게 예민해진 큰 무늬오징어는
낮보다 밤에 에기를 훨씬 쉽게 안습니다.
밤 에깅을 몇 번 다녀 보면
같은 자리에서도 낮보다 씨알이 굵어지는 게 눈에 띕니다.
낮 에깅은 라인이 잘 보이고 경치도 좋아서
즐겨 찾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더 쉽게 잡거나 씨알을 키우고 싶다면
한 번쯤 야간 에깅으로 넘어가 보세요.
아침저녁 피딩타임도 강하지만,
밤에는 물이 움직일수록 좋아서
들물이든 날물이든 꾸준히 던질 가치가 있습니다.
10월부터 11월 중순까지는
지역마다 씨알이 계속 커지는 때입니다.
12월로 넘어가면 겨울 분위기로 바뀌니
이 시기 밤 에깅을 놓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가을 밤 에깅에서는 상야등 주변이 먼저 보입니다.
불빛 아래로 작은 물고기가 모이고,
그걸 노리는 무늬오징어가 뒤따라 붙기 때문입니다.
봄에도 무늬오징어가 상야등에 붙는 때가 있습니다.
다만 가을 쪽이 훨씬 활발하게 불빛 주변을 오갑니다.
덕분에 봄보다 포인트를 짐작하기가 쉽습니다.
낮에 가 보면 아예 안 나오지는 않는 정도의 방파제도
밤에 불이 켜지면 낮보다 좋은 자리로 바뀌곤 합니다.
낮 조과가 시원찮았다면
같은 방파제를 밤에 다시 찾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밤에는 입질을 알아채기 어렵다며
어려워하는 분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 부분만 넘어서면 밤 조과가 확실히 달라집니다.
발판이 어두운 만큼 안전 장비는 꼭 챙기고 나가세요.
사람이 적고 발판이 넓은 갯바위라면
한 자리에서 부채꼴로 크게 나눠 던져 보는 게 먼저입니다.
그래도 따라오는 녀석이 없으면
미련 없이 다음 갯바위로 옮기세요.
낚시인이 줄지어 선 방파제는 사정이 다릅니다.
옆으로 각도를 벌리기 어려우니
코스를 바꾸기보다 자리와 시간대를 바꾸는 쪽이 낫습니다.
낮에 붐비던 방파제도 밤이 되면 상야등 아래가 비고,
그 불빛 주변이 오히려 좋은 자리가 됩니다.
발밑이 바로 깊어지는 자리에서는
무늬오징어가 발 앞까지 따라 들어오는 일이 잦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마지막까지 에기를 끌고 오면서
따라오는 녀석이 없는지 눈으로 확인해 보세요.
남해·제주권과 동해 남부는 9~11월이 가을 시즌이라,
지금부터가 자리 판단 연습을 하기 좋은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