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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 원정에 로드 한 대만 챙길 때
길고 뻣뻣한 로드부터 고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얕은 여에서 큰 고기를 몇 번 걸고 나면
로드보다 팔이 먼저 지쳐 버립니다.
같은 길이라도 휘는 로드와 안 휘는 로드는
파이팅 뒤에 남는 힘이 다릅니다.
여기서는 2.8m급 미디엄 팩로드를 놓고
지형마다 무엇을 보고 써야 하는지
판단 기준을 하나씩 짚어 두었습니다.
얕은 암반, 넓은 여밭, 방파제는
로드에 바라는 힘이 서로 다릅니다.
이 글은 팩로드의 휨새와 버트 힘을
지형별로 쓰는 법을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얕은 암반과 수중여가 이어진 자리에서는
걸린 고기가 숨을 곳부터 찾습니다.
바닥 곳곳이 은신처라서
앞뒤 좌우를 가리지 않고 내달리고,
조금만 늦어도 바위 틈으로 파고듭니다.
바리류만 그런 게 아닙니다.
용치놀래기 같은 놀래기류도
덩치가 크면 곧장 여 속으로 처박힙니다.
이런 고기를 멈춰 세우고 띄워서 떼어 내려면
버트가 받쳐 줘야 합니다.
핀치(Finch) 카나리아(Canaria) 95M은
9피트 5인치(약 2.8m) 길이의 5피스 로드입니다.
표기는 미디엄이지만 손에 쥐어 보면
미디엄 헤비에 가까운 단단한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남해·제주 외해권처럼 여가 얕게 깔린 갯바위라면
길이보다 버트가 고기를 세워 주는지부터 보세요.
레귤러 패스트는 쉽게 말해
팁 쪽이 먼저 휘다가
벨리까지 따라 휘는 휨새를 말합니다.
이 로드가 딱 그 성격입니다.
패스트처럼 끝만 꺾이지 않고,
레귤러만큼 낭창하지도 않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곳은 벨리 아래입니다.
벨리에서 버트까지는 꽤 묵직하게 버팁니다.
큰 고기가 당겨도 로드가 밀리지 않으니
들어 올리는 힘만으로 바닥에서 떼어 낼 수 있습니다.
블랭크 탄성은 저탄성과 중탄성 사이,
조금 저탄성 쪽에 가깝습니다.
휘어서 받아 내는 로드를 좋아하는 사람과
끝이 빠릿한 로드를 좋아하는 사람은 늘 갈립니다.
이 정도 휨새면 양쪽 모두
큰 불편 없이 손에 붙일 수 있습니다.
바닥만 끌고 다니는 락피쉬 낚시는 사정이 다릅니다.
텍사스리그나 프리리그처럼
무거운 바닥 채비만 쓴다면
이 로드는 맞지 않는 편입니다.
팁에 힘이 있는 로드라야
밑걸림을 피해 가기 쉽고
채비를 다루기도 편하기 때문입니다.
팁이 부드러우면 거친 여밭에서
걸림을 넘기는 동작이 한 박자씩 늦어집니다.
바닥만 노리는 낚시와 멀리 던져 감는 낚시는
로드에 바라는 팁이 정반대입니다.
바닥을 긁는 낚시는 팁이 단단한 로드가 편합니다.
멀리 던져 감는 낚시는 이 로드가 편합니다.
감는 낚시로 넘어오면 이 로드가 힘을 냅니다.
35~40g 바닥 채비도
길이 덕분에 시원하게 멀리 나갑니다.
표기상 최대 루어 무게는 50g 안팎인데,
제대로 실어 던지면 60g쯤도
무리 없이 던질 수 있는 수준입니다.
가벼운 루어는 팁이 잘 휘어 들어가서
로드 전체를 휘게 만들기 쉽습니다.
무거운 루어는 버트가 휘었다가
튕겨 내듯 밀어 줍니다.
막상 던져 보면 캐스팅이 매번
같은 궤적으로 깔끔하게 끊어져 나갑니다.
이 비거리는 넓은 여밭에서 쓸모가 큽니다.
40~50g대 지그헤드 웜을 멀리 던져
바닥을 한 번 찍은 뒤,
배를 바닥에 문지르듯 감아 오는 스위밍입니다.
120~160mm 미노우를 감아 오는 낚시에도 잘 맞습니다.
조류가 센 남해 갯바위라면
멀리 찍고 감는 이 방식을 먼저 해 보세요.
10피트 6인치(약 3.2m)짜리 뻣뻣한 로드로
락피쉬를 노리면 처음 몇 시간은 편합니다.
채비 다루기가 가볍고, 힘으로 바로 끌어올 수 있고,
멀리 던지기도 좋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쌓였을 때입니다.
팔 힘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휘지 않는 긴 로드는 파이팅 때마다 짐이 됩니다.
휘지 않는 긴 로드는 하루가 길어질수록
파이팅부터 무거워집니다.
반대로 적당히 휘는 로드는 고기를 들어 올리기 쉽고
파이팅도 한결 덜 버겁습니다.
캐스팅도 가볍게 휘둘러 주면 로드가 고르게 휘어서
매번 같은 힘으로 던질 수 있습니다.
이 로드는 소재 무게만 보면 가벼운 편이 아닙니다.
대신 그립 쪽 무게 중심을 잘 잡아 두어서
4000~5000번 릴을 달면 앞쏠림이 거의 없습니다.
2022년에 나와 지금도 꾸준히 쓰이는
시마노 스텔라(Stella) 4000MHG를 얹어
이틀, 사흘 연달아 종일 던져 봐도
무겁다는 피로가 쌓이지 않습니다.
그립 끝은 고무 마감이라 몸에 대고 버티기 좋습니다.
입이 큰 바리류는 크게 삼키는 편이라
팁이 살짝 들어가는 로드에 더 잘 걸립니다.
이 로드의 팁은 보통 말하는 수준보다
조금 더 부드럽게 들어갑니다.
그러다 벨리까지 휘어 들어가면
그 아래에서 묵직하게 버텨 줍니다.
이 성격은 바닥만 두드리는 낚시보다
넓은 범위를 훑는 스위밍에 어울립니다.
여밭 위에 점점이 흩어진 자리를
몇 번씩 던져 보고 빠르게 옮겨 다니는 런앤건입니다.
가을 방파제에서는 플러깅으로도 쓸 만합니다.
130mm급 다이빙 펜슬이나 포퍼로 수면을 노리고,
조금 아래층은 미노우나 바이브레이션으로 훑습니다.
삼치나 새끼방어, 2~3kg급 소형 부시리 정도가
이 로드로 상대하기 알맞은 크기입니다.
농어 낚시에도 무리 없는 길이와 힘입니다.
발판 앞까지 여가 얕게 깔린
남해·제주 갯바위에서는
멀리 던지는 것보다 걸린 뒤가 더 중요합니다.
이런 자리에서는 고기가 걸리자마자
버트로 세워 여에서 떼어 내는 데 집중해 보세요.
바닥이 완만하게 이어지는 넓은 여밭이나
방파제 외항 쪽이라면 비거리를 살리는 쪽으로 바꿉니다.
무거운 지그헤드 웜으로 멀리 찍고 감거나,
펜슬과 미노우로 수면부터 아래층까지 훑어 내려갑니다.
좁은 틈을 바닥 채비로 파고드는 자리라면
팁이 단단한 로드를 따로 꺼내는 편이 낫습니다.
팩로드는 팁 쪽부터 차례로 이어야
마디가 덜 틀어집니다.
전용 케이스에 플러그 두세 개를 같이 넣어 두면
출장길에 남는 하루도 낚시로 채울 수 있습니다.
농어는 30cm 이하는 놓아주셔야 하고,
삼치는 5월 한 달이 금어기이니 확인하고 가시면 됩니다.